참조[대교연 논평] - 대학 졸업유예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31212)

조 : [대교연 추천자료] 졸업유예, 수업 듣지도 않는데 최고 53만원 납부해야(141013)


대학생 재학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졸업생 중 10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 비율이 2009년 25.2%에서 2013년 34.1%로 5년 만에 8.9% 증가했으며, 연세대도 같은 기간 7.5%에서 20.6%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방 국립대인 경북대도 7.5%에서 14.8%로, 전남대는 4.8%에서 14.7%로 늘었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소요 기간은 남자가 6년 4개월, 여자는 4년 5개월로 남자의 군복무기간 2년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1~2학기를 더 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재학기간의 증가는 최근 들어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취업 문제나 개인 사정 등으로 졸업을 미루거나 늦추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인 듯 보인다. 이른바 졸업유예다. 얼마 전 한 구직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졸 또는 대학 재학 중인 학생 1,116명 가운데 절반 이상(53%, 594명)이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졸업을 ‘유예해 봤’거나 ‘앞으로 유예할 계획’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졸업을 유예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다보니 자체 규정을 강화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기존에는 별도 학점 이수 없이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소액의 비용을 징수하던 대학들마저 최소 1과목 혹은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고,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예전부터 졸업유예생에게 등록금을 부과하던 대학들처럼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동 규칙에 따르면 초과학기 수강등록자는 1학점부터 3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1/6을 내야한다. 이에 따라 졸업을 유예한 학생들은 수십만 원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불가피하게 졸업유예를 생각하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학점 당 등록금 기준을 계절학기 등록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학도 있고, 취업장려금으로 돌려줘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학도 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근래 들어 대학들이 비용 부담을 늘려 사실상 졸업유예 학생을 줄이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교육부 대학 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이나 학사관리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졸업유예 학생들의 급증은 대학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존재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를 조정하면서 재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 비율을 낮추는 대신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교육비 환원율 등의 지표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졸업유예 학생이 많으면 재학생 수가 증가해 대학의 평가 점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재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을 중시하던 이명박정부 때는 졸업유예생이 보탬(?)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후자의 지표 비중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고려해도 대학 평가에서 불리할 것 없을 때는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학점 이수 요구나 비용 증액 등으로 졸업유예 희망 학생들을 밀어내고 있는 대학 당국의 처사는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19세~29세 연령대의 임금근로일자리는 8만개 정도(2.6%) 감소했다. 이들 연령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추세였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학벌·스펙 위주의 채용 풍토 또한 여전하다. 이제는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등 ‘취업 5대 스펙’이 아닌 봉사,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된 ‘취업 8대 스펙’이 기본이라고 한다. 정부가 스펙 초월 채용을 권고하고 있다지만 제한된 일자리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졸업유예 학생들의 증가추세는 쉬이 꺾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졸업유예생 증가는 대학생들 스스로가 원한다기보다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이들이 대학에서 나오지 못하게 사실상 막고 있어 발생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수많은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그 어디도 졸업유예생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정부가 하루아침에 대안을 내놓을 수 없더라도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실태 파악이라도 나서 학생들이 느끼고 있을 정신적 또는 물질적 어려움이 무엇인지 듣고 이를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 역시 위축될 것 없이 정부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이 글은 경희대 '대학주보'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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