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치인, 언론인이 속속 대학 총장과 교수로 부임하거나 거명되고 있다


지난 519, 국립 한경대는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씨를 총장 후보 1순위로 선출했다.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제16~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이명박정부 고용노동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 행정부의 요직을 맡았다.


26일에는 경기대가 김인규 전 KBS 사장을 신임총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윤두현씨는 YTN보도국장 출신으로 올해 국민대 특임교수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김인규 대학총장이 우려되는 이유

 

대학 총장은 안으로는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다. 경우에 따라 외부인사가 대학 총장이 될 수 있지만, 대학 업무 이해도나 신망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핵심주역으로 학내외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에 이어 정권 2년 차에 낙하산 사장으로 들어가 공영방송 KBS를 망쳤다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MB정부 때 YTN보도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인물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과거 행보만이 아니다. 실제 그들이 책임성 있게 대학을 운영하고 학생들을 교육할지도 의문이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정책감사가 진행되면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조사를 받을 수 있고, 다음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태희 전 비서실장이 한경대 운영에 전념하면서 대학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김인규 전 사장은 2004년 교비횡령 등 비리혐의로 퇴출된 손종국 전 총장 시절 법인 상임이사를 맡았던 고 김영규씨의 동생이다. 비리혐의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람이 대학구성원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대변하리라 기대하기란 어렵다. 언론인 재직시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이다 정권에 의해 고위직에 발탁되고, 다시 정치인으로 나서려 했던 윤두현 전 수석도 불편부당한 교수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비민주적 총장선출 제도도 한 몫

 

문재인정부 출범은 과거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수백만 명의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스스로 적폐청산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총장과 교수로 영입하고 있다. 대학이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휴식처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가능한데는 대학 당국자들의 인식 문제 외에도 비민주적 총장선출이라는 제도적 결함도 한 몫 하고 있다.


한경대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교원 36, 직원 8, 학생 1, 외부인사 5명 등 총 50명으로 구성되어 간접선거로 최종 후보 2명을 선출하고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기대는 총장 지원자 서류심사를 통해 최종 3인의 후보를 결정하는 소위원회를 법인 이사 3인으로 꾸렸고[각주:1], 최종 결정은 법인이사회에서 하고 있다.


한경대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72%를 차지하는 교수가, 경기대는 법인이사회가 총장 선출을 좌우한다. 대학 구성원 의견 반영이 매우 제한되거나 아예 봉쇄된 경우다.


이들 대학의 모습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이화여대가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원직원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이화여대도 구성원간 투표율 반영 비율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모든 대학구성원이 총장 선출 투표에 참여한 것은 국내 대학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학구성원 참여 없는 위기 극복과 발전은 불가능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이라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대학도 이런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인사들을 영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는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극복이 가능하고 발전도 할 수 있다.


대학운영자 혹은 일부 구성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총장이나 교수자리를 과거 정치인과 언론인에게 선심 쓰듯 내주는 것은 대학의 위기 극복이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나마 한경대와 경기대 학생들은 학교본부의 시대착오적 총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학교본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운영자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1. 학교법인 경기학원 2017학년도 제2차 이사회 회의록, 13~14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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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학이나 교수들이 유독 많이 등장해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학 사회에 남긴 교훈과 과제를 정리해 네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1. 또다시 폴리페서

 2. 이화여대 입시 비리의 교훈

 3. 국립대 자율성 파괴한 정부의 총장선출 개입

 4.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문제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은 국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 우리나라 주요 대학 가운데 하나인 이화여대에서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는가라는 일반의 인식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권력 앞에 무릎 꿇은 이화여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제기된 이화여대 비리 의혹의 핵심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출석 및 학점 부여 등의 특혜였다.


교육부 감사(201611)특검 수사’(20173), 감사원 감사(20173) 결과를 종합하면,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해당 교수들은 문체부 차관을 통해 최순실로부터 정유라를 합격시켜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정유라가 면접고사장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지참하도록 하고, 면접위원들에게 정유라를 뽑도록했다. 또한 이들은 출석대체 근거 없이 출석을 인정하고, 시험도 안보고 과제물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정유라에게 학점을 부정하게 줬다.


이화여대 정유리 부정입학은 한마디로 대학이 권력 앞에 무릎 꿇은 것이고, 대학이 권력 앞에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이미지=이화여대 누리집 이화소식 갈무리)


이 과정에서 총장을 비롯해 입학처장과 단과대학 학장, 교수 등 대학의 핵심 인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설립 130주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 권력 실세의 딸 한 명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대학이 권력 앞에 무릎 꿇은 것이고, 대학이 권력 앞에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화여대의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부정비리를 예방하고 통제하는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시켜 줬다. 이미 이화여대는 1991년 음대 및 무용학과와 2004년 체육학부에서도 부정입학이 적발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년 만인 2017년에 똑같은 일이 적발됐다.

 

이화여대의 회계 운영 실태

 

부정입학은 당사자들끼리 밀실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감시하거나 적발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외부에 공개되는 부분은 어떨까? 이화여대는 법인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위해 보유하는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이 법정기준 대비 45.7%(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또한 2015년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 법정부담금 약 113억 원 가운데 61.3%69억원만 부담했다. 아울러 감사원이 사립대 재정 감사에서 지적했던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 등 429억 원 전액을 교비에서 충당했다.


이런데도 이화여대는 1984년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번도 안받았고, 2015년에 회계부분 감사만 받았다. 여기에서 드러난 부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부총장은 병원 법인카드로 명품백 등 1720여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교비회계로 넣어야 할 기부금 18천만 원을 법인회계로 세입 처리했으며, 부속병원 시설을 은행에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 113천만원 역시 부속병원회계로 넣지 않고 법인회계로 세입 처리했다.


이와 함께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경조사비를 법인 사무국장 및 명예총장이 1천여만 원을 법인회계에서 집행하고, 대학 보직자 98명이 8천여만 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


또한 이화여대는 충남 천안시 등 5개 지역의 교육용 토지 1,364,590(412,788)를 교육용으로 활용하지 않아 재산세 12,092만원을 납부했다 적발됐다. 교육부는 오래 전부터 과도한 학교시설 결정용지 등은 이를 해제하거나 처분하여 교육시설설비를 확충함으로써 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화여대의 천안 부지는 제2캠퍼스를 만들겠다며 1988년부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 땅을 처분하지 않고 30여 년간 방치하면서 파주에 새로운 글로벌 캠퍼스를 추진하려다 무산됐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학 비리

 

이화여대의 재산 및 재정 운영 실태는 비단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상당수 사립대학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정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대학이 하나 둘이 아니다.


2011년 유영구 명지대 전 총장은 2,350억 원의 교비 횡령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 중이고,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도 학교법인의 재산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2016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2) 받았다. 또한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도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2017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고, 이인수 수원대 총장도 사립학교법 위반과 소송비용 교비사용 건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이들 대학의 특징은 내부시스템에서 부정비리가 확인되지 않아 대학구성원들이 온갖 탄압을 무릅쓰며 문제 제기를 한 후 교육부나 검찰 등이 나서 확인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대학 부정비리 확인이 이토록 어려운 것은 교육부 감사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사립대학 및 사립전문대학의 44.5%125교가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1회 받은 대학이 40.6%114교였다. 사립대학 관계자들이 일부 대학의 부정비리를 전체 사학의 문제로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얘기가 무색해지는 이유다.

 

새 대통령, 획기적인 사립대학 개혁 방안 내와야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내부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사립학교법대학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교수직원학생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전국 대다수 대학이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총장이 설립자나 법인보다 대학구성원 눈치를 살피며 대학을 운영하게 했던 총장직선제마저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라졌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신임 총장 선거에서 교수, 직원, 학생 비율을 1:1:1로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법인이 선출하는 간선제와 교수 중심의 직선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자는 주장일 것이다. 정유라 부정입학 확인 과정에서 전임 총장과 해당 교수들이 보여 준 모습은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당국과 교수들을 의심하고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학 사유화를 막고,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학구성원의 대학운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총장 선출 제도 개선과 대학평의원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 대학운영에 관한 정보공개 확대, 대학구성원의 자치기구 법제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9일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이 사립대학 개혁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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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대학 정책의 두 가지 키워드

논평및보도자료 2016.06.03 16:38 Posted by 대학교육연구소

최근 대학가에 프라임사업총장선출문제가 큰 논란이다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들은 물론이고, 인하대 등 탈락 대학들도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학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반발로 프라임사업 신청을 포기했다는 숭실대 또한 단과대학 통합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시위가 계속됐다. 프라임사업 선정대학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업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들은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을 읽고 쫓아가는 양상이다.


총장 선출 논란도 크다. 경북대는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21개월째 총장이 없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경북대 외에도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주교대 등 국립대 7곳이 총장 공석 상태다.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명제청을 연기하거나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인 동국대와 한신대 역시 총장 선출 관련 문제로 대학이 학생들을 고소했다가 취하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8일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제하고 있다.(이미지=청와대 누리집)


대학을 산업수요에 맞춰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나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훼손에 따른 갈등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거나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의 직업교육기관화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교육 정책이지 교육은 사라지고 경제 계획을 뒷받침하는 정책들만 남았다. 일례로,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20138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더니 어느새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중점 사업이 됐다.


프라임사업은 한마디로 산업수요가 적은 인문사회나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정원을 줄여 산업수요가 많은 공학 및 의약학 분야 정원을 확대하라는 사업이다. 대학의 역할을 그저 산업수요를 맞추는 인력양성소로 사고하는 발상이다. 하지만 산업제도 안의 톱니바퀴로 전락한 대학에서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끌어나갈 창조적 인재가 배출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 10년 뒤 취업이 잘될학과를 예측해 학사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더 큰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대학을 특성화하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획일화된 학사개편을 강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뒤늦게 욱여넣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추진으로 대학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자율성이란 정부의 가이드라인 속에 학사개편 및 정원조정을 추진할 집행권에 불과했고, 대학 내 민주적인 논의 과정은 생략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학의 민주주의와 자율성은 크게 후퇴했다. 정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총장직선제를 추진하는 국립대학에 불이익을 주며 항복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법령을 개정해 간선제단일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위해 간선제로 선출된 총장 후보마저 임명 제청을 거부하며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은 없다


이처럼 정부가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총장 임명 권한이 이사회에 있는 사립대학들이 대학구성원 참여를 허용할 리 없다.


프라임사업총장선출논란은 결국 대학의 학문 자율성과 민주주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것이나, 대학의 수장인 총장 선출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행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구조개혁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글은 고대대학원신문 213(201662일 발행)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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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조선일보에 한 칼럼이 실렸습니다


국립대인 공주대, 한국방송대, 한국체대 등이 최근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 교육부에 올렸는데, 이유도 없이 퇴짜(임용 제청 거부)를 놓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 칼럼입니다. 중간에 이런 부분도 있네요.

 

현 정권에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은 대부분 '간선제'로 바뀌었다. 총장 직선제의 폐해를 막겠다는 교육부의 의지였다. 대학 예산 지원과 행정 규제라는 칼을 쥐고 있었으니, 전국 39개 국립대가 모두 따랐다. ()

 

이런 간선제로 총장을 뽑자 교육부가 '상전'으로 올라탄 것이다. 대학에서 몇 달간 선거 준비를 거쳐 뽑아놓으면 교육부 관료 몇명(외부 2명 포함)이 앉아서 '적합' 여부를 심판하는 모양새다. 교육부에서 후보자를 판정하겠다면 대학에서 왜 선거를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세상에 이런 낭비가 없다. 차라리 정부가 총장을 세우는 '임명제' 시절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게 옳다

 

인용한 부분만 놓고 보면, 우리 연구소의 입장이라 해도 다르지 않을 정도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짚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선일보의 이 칼럼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총장 선거와 관련한 기존의 입장 때문입니다.

 

과거 조선일보는 대학에서 총장직선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이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조선일보는 총장직선제를 내던지지 않고는 대학의 현실과 미래를 바꿀 수 없다”(2009.08.16), “국립대들이 세계의 대학으로 다시 나려면 제일 먼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총장 직선제의 올가미부터 벗어던져야 한다”(“대학 총장 直選制 20년 이제 목숨 다했다”2011.09.22.) 등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비슷한 논조로 함께 했지요.

 

그런데 위의 칼럼을 쓴 조선일보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면 관권 개입 가능성이 있을거란 사실을 몰랐을까요?

 

우리 연구소는 10여 년 전부터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는 정권의 의도와 문제점 등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정권이 국립대학을 손아귀에 넣어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었지요.


[대교연 논평] ‘관치철폐’ 대선 공약 뒤집는 강압적 ‘총장직선제’ 폐지(120716)

[대교연 논평] 총장직선제 논란에 대하여(020527)

 

물론 김대중정부 이후 진행된 국립대학 총장직선제 폐지는 국립대학 법인화를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시행하지 못하던 것을 이명박정부가 국립대학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밀어 붙였고, 결국 모든 국립대학의 직선제 폐지를 관철시켰지요.

 

이에 따라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은 커졌고, 언론의 보도대로 박근혜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국립대 총장으로 뽑겠다는 의중을 보여 지금과 같은 사달이 났다고 봅니다.

 

국내 굴지의 언론사들이 총장직선제를 맹비난하며, 폐지를 요구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설마 정권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려나요?

 

아무튼 대학 민주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총장직선제는 부활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과거 같은 방식으로 교수들만의 직선제는 단연코 반대합니다.

 

사실, 총장직선제 폐지와 관련 교수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굳이 조중동의 비난이 아니더라도 과열 선거운동과 금권 선거, 파벌조성, 선거 후 논공행상식의 보직 안배 등 온갖 추한 모습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직선제 폐지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수들만의 직선제에서 나타났던 폐단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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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 [대교연 논평] 해 넘긴 국립대 총장 공백 사태, 대교협 총회를 주시한다

※ 관련 글 : [대교연 논평]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논란을 보며

※ 관련 글 : [대교연 발간자료] 대학 총장 선출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2006)

※ 관련 글 : [대교연 논평] 총장직선제 논란에 대하여


최근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5개 국립대학에서 총장직선제 유지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해당 대학들 역시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던 전남대 당선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선자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시인했고, 급기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총장직선제’ 나락으로


총장직선제는 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로 목포대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어 갔다. 한 때는 전국 83개 대학으로까지 확대되었던 총장직선제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임명제로 전환되다 급기야 일부 국립대와 극소수 사립대에만 남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 이유는 정권과 사학재단 그리고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세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교수들만의 직선으로 치러지면서 파벌과 논공행상, 줄서기 등 온갖 탈법과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 수사까지 받은 전남대 현실은 총장직선제가 어디까지 와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총장직선제를 이렇게 망가뜨린 당사자들은 할 말이 없을 뿐더러 엄정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총장직선제가 유지되더라도 교수들만의 직선제로 유지되던 그 동안의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전남대는 7월 3일 총장선거 부정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13일 1순위 당선자가 사퇴했다.(이미지=전남대 홈페이지 캡쳐)

 

정권 강압에 의한 총장직선제 폐지, 과연 옳은가?


그러나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서 정부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장직선제를 폐지시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 총장직선제가 비록 논란이 많다고 해도 대학 자율과 민주화 그리고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상당 부분 확보해 왔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관치가 ‘대학의 발목을 잡아왔’으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관치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바, 이를 ‘객관적 지표에 의한 재정지원으로 전환’해 관치를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대학 자율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대표적인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지표로 추가해 총장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에 ‘이를 폐지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국립대 1만 명 이상’ 부문에서 신청대학 13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탈락했는데, 총장직선제를 유지키로 한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3교가 그 대상이 됐다.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목포대도 ‘1만 명 미만’ 부문에서 탈락했다. 전북대를 제외하면,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한 대학들은 모두 탈락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내홍 끝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10개 교육대는 모두 선정되었다.

 

‘관치 철폐’ 대선 공약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이명박정부


이런 사실을 두고 ‘한겨레’는 7월 5일자 사설 ‘검찰까지 대학 총장 직선제 폐지에 동원했나’를 통해 정부와 교과부를 정면 비판했다. 사설과 별개로 교과부가 모든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서울대만 도입한 이후 나머지 대학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통해 그 기반을 닦고자 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합리적 의심이 들만 한 상황 전개이기에 ‘한겨레’ 사설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한겨레’ 사설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교과부가 대답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관치’를 철폐하겠다‘던 약속 위반 여부다. 물론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변화를 모색하는 모든 정책을 관치라 말하기 무리다. 그러나 총장 선출 문제는 다르다. 대학 총장은 대학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이다.

 

대학 총장의 지위와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기에 고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임용령, 사립학교법, 학교법인 정관 및 학칙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한 총장 선출 문제를 교과부가 직접 개입해 강제로 변경시키려는 행위는 정부의 정책 유도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말한 ’대학의 관치 철폐‘ 공약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관치로 대학 목조이기 당장 멈춰야


군사정권에서 시작된 대학 총장직선제는 어느 시기까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대학 사회를 통제했던 군사정권도 총장직선제를 강압적으로 폐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몰아붙이고 있는 행태는 군사정권보다 못한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이 교수들만의 총장직선제 시행 과정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시키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이명박정부는 국립대 총장을 공모 등을 통해 간선제로 선출하고, 총장과 교과부장관이 계약을 맺어 정권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 교수사회가 이주호장관 퇴진을 요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측근들이 20명이나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당청관계가 삐걱대는 등 전형적인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대선 공약 뒤집기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차기 정부에서 국립대 정책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못박기’라 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관치로 대학의 목을 조이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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