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학이나 교수들이 유독 많이 등장해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학 사회에 남긴 교훈과 과제를 정리해 네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1. 또다시 폴리페서

 2. 이화여대 입시 비리의 교훈

 3. 국립대 자율성 파괴한 정부의 총장선출 개입

 4.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문제점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국립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해 사상 초유의 총장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공주대는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자 2명을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명하지 않아 20143월 이후 아직까지 총장 공석 상태다. 한국방송통신대(201410월 이후)와 전주교대(20153월 이후), 광주교대(201610월 이후)도 같은 이유로 총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전남대도 201611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2017113일 뒤늦게 총장이 임용되었다.

 

공주대 37개월, 한국방송대 31개월, 전주교대 26개월째 공석

 

이례적으로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에서 총장추천위원회또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2인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인사위원회 자문을 거쳐 대통령에게 임용을 제청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에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학에서 추천한 1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는데, 박근혜정부에서는 경북대, 충남대, 경상대, 순천대, 한국해양대, 공주교대, 서울대 등에서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이 2016년 6월 20일 27개 국공립대 지부 대표자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학 총장 후보자에 관한 교육부의 임명제청 거부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했다.(이미지=대학노조 누리집)


이 외에 한국체육대는 2013년부터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4차례나 임명을 거절 해 23개월간 총장 공석 상태였는데,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친박 김성조 전 의원을 추천하자 임명되었다. 부산대는 정부 정책과 달리 직선제로 선출 한 후보자를 추천했음에도 1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는데, 여기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위순 후보자 무더기 임명

 

이처럼 전체 국립대 41(4년제 29, 전문대 1, 교육대 10, 방송통신대 1) 중에서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정부 개입으로 논란이 제기되어 언론에 보도된 경우만 14곳이다. 국립대 3곳 중 1곳은 정부 주도로 국립대 총장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교육부는 민감한 개인정보운운하며 총장 임용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임명이 거부된 1순위 후보들은 비위(非違)가 있거나 범법 행위 경력이 있다는 풍문에 심적 고통을 겪기도 했고, 대학에서는 권력 눈치를 봐가며 총장 후보자를 다시 선출하는 행정 낭비를 반복해야 했다.


학령인구감소와 지방대학 위기가 심각해 정부와 국립대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했던 시기에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과 통제로 국립대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정권의 코드 맞추기와 정권 핵심인사 개입 의혹

 

지속된 논란에도 교육부와 청와대가 태도를 바꾸지 않았던 것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사건 전반에서 보여지듯이 국립대 총장 임용 또한 정권의 코드 맞추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총장 임용제청이 4번이나 거부됐던 한국체육대에 친박 의원을 추천하자 곧바로 임용된 사례뿐만 아니라, 임용이 거절 된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 인사위원회 내용에 학교 발전보다 사회 문제 관여에 적극적인 성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비선 실세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수차례 제기되었다.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된 경북대, 공주교대, 충남대, 경상대, 서울대 등 총장 선출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개입했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들이 그것이다.


앞서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에 불리하게 재정지원사업을 설계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에 더해 박근혜정부는 간선제로 선출 된 후보자마저도 정권 코드와 맞는지 여부와 비선실세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임명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법령 개정으로 국립대 총장직선제 무력화 추진

 

한편 박근혜정부는 20158월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가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던진 것을 계기로 총장직선제 부활이 제기되자, 법령을 개정해 총장임용후보자를 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단일화하려고 했다. 물론 법령 개정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했듯이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 또한 정부 의도대로 국정화하려 했던 것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헌법 조항이 876월 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했듯이 대학 총장직선제도 같은 시기에 도입되었다. 비록 국립대 총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하더라도 정부는 헌법 정신을 지켜 대학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대학이 추천한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는 등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는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립대 총장선출 자율성 보장해야

 

국립대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든 간선제로 하든, 선출된 총장 후보자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든 아니든, 그것은 대학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무력화시킨다거나 총장 임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간섭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립대에 필요한 것은 위기에 처한 지방 국립대들이 과거 명성을 되찾고, 지역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 설립운영의 책임자인 정부가 재정적, 행정적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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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대학 정책의 두 가지 키워드

논평및보도자료 2016.06.03 16:38 Posted by 대학교육연구소

최근 대학가에 프라임사업총장선출문제가 큰 논란이다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들은 물론이고, 인하대 등 탈락 대학들도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학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반발로 프라임사업 신청을 포기했다는 숭실대 또한 단과대학 통합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시위가 계속됐다. 프라임사업 선정대학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업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들은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을 읽고 쫓아가는 양상이다.


총장 선출 논란도 크다. 경북대는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21개월째 총장이 없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경북대 외에도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주교대 등 국립대 7곳이 총장 공석 상태다.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명제청을 연기하거나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인 동국대와 한신대 역시 총장 선출 관련 문제로 대학이 학생들을 고소했다가 취하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8일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제하고 있다.(이미지=청와대 누리집)


대학을 산업수요에 맞춰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나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훼손에 따른 갈등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거나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의 직업교육기관화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교육 정책이지 교육은 사라지고 경제 계획을 뒷받침하는 정책들만 남았다. 일례로,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20138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더니 어느새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중점 사업이 됐다.


프라임사업은 한마디로 산업수요가 적은 인문사회나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정원을 줄여 산업수요가 많은 공학 및 의약학 분야 정원을 확대하라는 사업이다. 대학의 역할을 그저 산업수요를 맞추는 인력양성소로 사고하는 발상이다. 하지만 산업제도 안의 톱니바퀴로 전락한 대학에서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끌어나갈 창조적 인재가 배출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 10년 뒤 취업이 잘될학과를 예측해 학사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더 큰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대학을 특성화하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획일화된 학사개편을 강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뒤늦게 욱여넣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추진으로 대학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자율성이란 정부의 가이드라인 속에 학사개편 및 정원조정을 추진할 집행권에 불과했고, 대학 내 민주적인 논의 과정은 생략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학의 민주주의와 자율성은 크게 후퇴했다. 정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총장직선제를 추진하는 국립대학에 불이익을 주며 항복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법령을 개정해 간선제단일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위해 간선제로 선출된 총장 후보마저 임명 제청을 거부하며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은 없다


이처럼 정부가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총장 임명 권한이 이사회에 있는 사립대학들이 대학구성원 참여를 허용할 리 없다.


프라임사업총장선출논란은 결국 대학의 학문 자율성과 민주주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것이나, 대학의 수장인 총장 선출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과 대학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행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구조개혁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글은 고대대학원신문 213(201662일 발행)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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