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자 <매일경제>정부돈 160억 받고 지원 끊기자 "문 닫겠다"는 전문대학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포스텍이 20122월부터 16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을 신설했으나 정부 지원이 중단되자 폐지키로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사는 또한 포스텍이 대학원 설치 이후 비전임인 연구교원들을 1년 단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한 뒤 '인건비를 직접 벌어오라'며 그 결과인 재정 기여도를 따져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은 20116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문직업인을 육성하는 '전문대학원'을 표방하며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선진국 수준의 전문 교육기관 설립을 통하여 엔지니어링 분야의 고부가가치 핵심역량을 겸비한 글로벌 엔지니어링 리더 육성을 목적으로 포스텍에 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텍 엔지니어링대학원 누리집 이미지

 

지식경제부는 사업 공고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011년도 전문대학원 설립 인가를 득하지 못할 경우 선정취소 및 지원이 중단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포스텍은 설립 준비 미비로 전문대학원 설립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는 포스텍을 사업 대상자로 결정하고 엔지니어링대학원을 전문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개설했다.(포스텍은 2013년 전문대학원 설립 인가를 받았다) 정부 스스로 규정을 어긴 것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포스텍은 “2011년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과 함께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정부 지원 종료 후에도 포스텍이 지원·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이 대학원 홈페이지의 대학원장 인사말이나 대학원 비전에도 세계7대 엔지니어링 강국 진입을 선도하는 대학원이라고 명기된 것을 보면, 정부 지원 종료 후에도 계속 운영하겠다는 당초 약속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스텍은 이 약속과 다르게 정부 지원이 끊기자 대학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포스텍 법인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831일부로 엔지니어링대학원을 폐지하고 철강대학원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엔지니어링대학원 재적생 전원이 졸업하는 시점까지 철강대학원 내에 세부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포스텍의 엔지니어링대학원 설립과 폐지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수십년간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마다 대학을 지원하면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목적의 정책을 세우고 주요 대학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선별 지원을 해 왔다. 시장논리에 따라 정부 지원에 비례한 대응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포스텍이 연구교원들에게 외부에서 예산을 끌어오라는 압박을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바뀌고, 예산을 지원 받았던 대학은 사업을 접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 몫이다. 새로운 정권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주요 대학들은 정권과 사업 변화에 상관없이 정부 예산을 독식해 왔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선 정권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임기 중에 무리하게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부처가 대학에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이를 총괄 관리하고 평가하는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만약 정부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나 기관이 있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대학에 패널티를 부여한다면 과연 포스텍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중장기적 안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교육부 외의 부처가 대학에 지원할 경우 비슷한 사업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기관이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부처간 유사 사업에 중복 투자를 해 예산을 낭비하는 일도 막을 수 있고, 정부 부처 사업 유치를 위한 대학간 소모적인 경쟁도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그 동안 정부가 '선택과 집중' 논리에 따라 소수 대학만 집중 지원했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특정사업 중심의 예산(특수목적지원사업) 지원을 줄이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사업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교육부 예산만 해당된다. 또한 일반재정지원사업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 어떻게 분배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정부는 일반지원사업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대상을 늘려 그 동안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발생했던 대학간 양극화 심화, 학문적 불균형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